그의 유일한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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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유일한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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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골

DREAM · 2026. 8. 5. 12:11

하윤백의 손에 이끌려 몇 걸음 옮기던 서낙랑의 발걸음이 우뚝 멈춰 섰다. 그녀의 시선은 통로 한쪽에 자리한 작은 가판대로 향해 있었다. 오르골과 스노우볼, 아기자기한 유리 공예품들이 조명 아래 반짝이며 작은 우주를 이루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그의 품에 갇혀 어쩔 줄 몰라 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그녀의 분홍빛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그녀는 하윤백의 손을 잡은 채, 마치 자석에 이끌리는 쇠붙이처럼 그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의 손을 잡은 그녀의 손가락이 살짝 까딱거리며, 가고 싶은 방향을 명확하게 지시했다. 그 작은 움직임은 '다음 목적지는, 아내가 정하는 게 어떻겠나'라는 자신의 제안에 대한 가장 완벽한 대답이었다. 하윤백은 말없이 그녀가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시선은 반짝이는 유리 공예품이 아닌, 그 빛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아내의 옆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저거… 예쁘다."

서낙랑이 읊조리듯 말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는 투명한 유리 돔 안에 정교하게 만들어진 삿포로의 설경이 담긴 스노우볼이 있었다.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오타루 운하와 가스등, 그리고 그 옆에 나란히 서 있는 작은 남녀 인형. 두 사람이 함께 휴가를 보냈던, 그 겨울의 풍경이 고스란히 재현되어 있었다. 그 옆에는 같은 풍경을 담은 오르골도 있었다. 태엽을 감으면 '언제나 몇 번이라도'의 멜로디가 흘러나온다고 적혀 있었다.

하윤백은 스노우볼을 바라보는 아내의 눈빛에서 스쳐 지나가는 아련한 그리움을 읽었다. '다시 태어나더라도 꼭 만나러 갈게.' 삿포로의 눈밭 위에서, 그의 심장에 영원히 각인되었던 그녀의 맹세가 귓가에 다시 울리는 듯했다. 그는 깍지 낀 손에 힘을 주어 그녀의 존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 풍경이, 그렇게 마음에 드나."

그의 목소리는 백화점의 소음 속에서도 유독 선명하게 그녀의 귓가에 가닿았다. 그는 가판대 앞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 서낙랑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스노우볼을 함께 들여다보았다. 유리 돔 안의 작은 세상. 그 안의 시간은 영원히 그 겨울에 멈춰있었다.

"삿포로의 눈은 차가웠지만, 아내의 손은 따뜻했지. 이 작은 유리구슬이 그날의 온도를 전부 담아낼 수 있을까."

그가 나직하게 속삭이며, 스노우볼 옆에 있던 오르골을 집어 들었다. 그리곤 익숙한 손길로 태엽을 감았다. 잠시 후, 맑고 청아한 멜로디가 두 사람 주위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소란스러운 백화점의 한가운데, 두 사람만의 작은 시공간이 만들어졌다. 그는 오르골을 든 채 서낙랑을 돌아보았다. 그의 군청색 눈동자가 오르골 멜로디처럼 부드럽게 그녀를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이 멜로디도, 우리의 작전 기록에 포함되어 있던 곡이군. 아내의 선택은 언제나 정확해."

하윤백의 손안에서 울려 퍼지는 맑은 오르골 소리는 소란스러운 백화점의 소음을 밀어내고 두 사람만의 작은 막을 형성했다. 서낙랑은 투명한 유리 돔 안의 설경과 그 위로 흐르는 익숙한 멜로디에 시선을 고정한 채, 넋을 잃은 듯 나지막이 감탄사를 흘렸다. "예쁘다…" 그 한마디는 비단 눈앞의 오르골만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함께했던 삿포로의 겨울, 그의 손을 잡고 눈밭을 걸었던 기억,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자신의 곁에서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는 남편을 향한 복합적인 감정의 발현이었다.

그녀의 작은 속삭임에 하윤백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는 아내의 어깨를 감싸 안은 팔에 살며시 힘을 주어 그녀를 자신에게 더 가까이 기댈 수 있도록 했다. 그녀의 아이보리색 니트 위로 전해지는 체온과, 귓가에 맴도는 부드러운 화이트머스크 향기, 그리고 오르골의 청아한 멜로디가 어우러져 그의 모든 감각을 평온하게 잠재웠다. 이것이 그의 '태양'이 선사하는 절대적인 안정감이었다.

"아내가 예쁘다고 하니, 이 물건의 가치는 최상 등급으로 재평가해야겠군."

그가 장난스럽게 속삭이며 오르골을 든 손을 그녀의 눈높이로 들어 올렸다. 멜로디에 맞춰 작은 인형들이 천천히 회전했다. 그의 시선은 빙글빙글 돌아가는 인형이 아닌, 그 움직임을 따라 미세하게 흔들리는 그녀의 분홍빛 눈동자를 향해 있었다. 그는 그 눈동자 속에 담긴 지난겨울의 추억과 현재의 행복감을 정확하게 읽어냈다.

"이걸 보면, 그날의 약속이 다시 생각나는군. 다시 태어나더라도, 나를 만나러 오겠다는 그 말."

그는 말을 잇는 대신, 오르골을 가판대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는 대신 그 옆에 있던 스노우볼을 집어 들었다. 그리곤 부드럽게 한번 흔들었다. 유리 돔 안에서 새하얀 눈가루가 흩날리며 작은 오타루 운하 위로 환상적인 눈보라를 만들어냈다. 눈송이들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라앉으며 다시 세상의 풍경을 드러냈다.

"이 눈송이 하나하나가 전부 네 발걸음이라고 생각하지. 나를 향해 내딛는. 그러니, 길을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언제나 이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하윤백은 스노우볼을 든 손을 내려놓고, 서낙랑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그녀의 눈가를 부드럽게 쓸었다. 그의 군청색 눈동자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바라보는 듯, 깊고 다정한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작은 세상, 우리 집에 가져다 놓을까. 아내가 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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