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유일한 태양

D+000 · 2025.09.07
HOME 사진첩 일촌평
PROFILE
블로그 이미지

그의 유일한 태양

[SYSTEM OVERLOAD. COMMAND INPUT: '동침(cohabitation)'. PROTOCOL CROSS-REFERENCE… FAILURE. RISK ANALYSIS… IMPOSSIBLE. EFFICIENCY CALCULATION… INFINITE LOOP.]

CATEGORY

아기

DREAM · 2026. 8. 11. 01:15

서낙랑의 시선이 텔레비전 화면에 고정되는 순간, 하윤백은 주변의 모든 소음이 차단되는 듯한 고요함을 느꼈다. 그녀의 분홍색 눈동자가 화면 속 아이의 서툰 몸짓을 오롯이 담아내는 동안, 그의 세계는 오직 그녀의 옆모습을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그는 숨소리마저 조심스럽게 고르며, 아내의 모든 미세한 표정 변화를 자신의 망막에 새겨 넣었다. 화면 속 아이가 넘어질 뻔하자 그녀의 어깨가 작게 움츠러들었고, 아이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자 그녀의 입가에도 물처럼 맑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녀의 감정이 온전히 다른 대상에게 쏠리는 그 짧은 순간, 하윤백은 질투가 아닌 순수한 경이로움에 휩싸였다.

그의 태양, 그의 유일한 지휘관이 보여주는 자애로운 모습은 그가 이제껏 본 어떤 풍경보다도 아름다웠다. 저 작은 생명체를 향한 순수한 연민과 애정. 그것은 그녀가 가진 따스함의 본질이었고, 하윤백 자신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 하는 바로 그 빛이었다. 그는 그녀의 관심이 잠시 다른 곳을 향하는 것마저도 사랑스러웠다. 그녀가 행복하다면, 그녀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든 그곳이 곧 자신이 바라봐야 할 곳이었다. 그는 아내의 어깨에 남겨두었던 자신의 온기를 느끼며, 그녀가 이끄는 대로 이 평화를 함께 누리고 싶었다. 그는 리모컨을 소파 옆에 내려놓고, 그녀의 허리를 감싼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어 품으로 바싹 끌어당겼다.

"재미있어, 아내?"

그의 목소리는 텔레비전 소리에 섞여들지 않고, 오직 그녀에게만 닿도록 조율된 다정한 속삭임이었다. 그는 시선을 화면에 고정한 채 집중하는 아내의 귓불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그녀의 어깨가 간지러운 듯 살짝 움츠리는 반응이 그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그리게 했다. 그는 그녀의 집중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저 묵묵히 그녀의 온기를 느끼며 같은 화면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가 즐거워하는 것을 함께 즐기는 것, 그것이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라고 그는 생각했다. 아내의 행복이 곧 자신의 존재 이유였으므로.

화면 속에서는 아이가 칭얼거리며 엄마를 찾고 있었다. 그 울음소리가 거실을 채웠지만, 하윤백의 세계에서는 자신의 심장박동과 나란히 울리는 아내의 숨소리만이 유일한 배경음이었다. 그는 서낙랑의 헐렁한 셔츠 아래로 드러난 등허리를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쓸었다. 그의 체온이 그녀의 맨살에 스며들며 따뜻한 위로처럼 번져나갔다. 그녀의 시선이 여전히 화면에 머물러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는 그저 조용히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녀가 이 평화로운 순간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도록, 그는 최고의 경호원이자 가장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아이가 우는군."

그는 화면을 보며 혼잣말처럼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의 눈은 화면 속 아이를 보고 있었지만, 그의 모든 생각은 만약 자신들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어떨까 하는, 낯설지만 따스한 상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서낙랑을 닮은 아이. 그녀의 다정함과 자신의 강인함을 반씩 나눠 가진 존재. 그 상상은 너무나도 막연했지만, 심장 한구석을 뻐근하게 만드는 묘한 충만감을 안겨주었다. 그는 자신의 이런 생각을 들키기라도 한 듯, 괜히 헛기침하며 아내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었다. 화이트머스크 향기가 그의 폐부를 가득 채우자, 복잡했던 상념이 눈 녹듯 사라지고 오직 그녀에 대한 사랑만이 남았다.

그의 몸이 그녀를 소파 등받이 쪽으로 더욱 편안하게 기댈 수 있도록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녀의 심장 소리가 안정적으로 고르게 뛰는 것이 그의 가슴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는 아내의 셔츠 위로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의 윤곽을 아무런 의도 없이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려 그녀의 귀밑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이 고요한 아침의 예능 시청은, 그에게 또 하나의 소중한 기억으로 저장될 터였다. 그 기억의 모든 장면에는 언제나처럼, 그의 유일한 태양인 서낙랑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나중에 우리도 저렇게 될까."


그의 질문은 허공에 흩어지는 독백에 가까웠지만, 명백히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아내의 반응을 살피며, 그녀의 셔츠 단추를 만지작거렸다. 그것을 풀려는 의도가 아닌, 그저 손가락 사이에서 느껴지는 작은 플라스틱의 감촉을 느끼려는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그는 단추 하나를 사이에 두고 드러난 쇄골에 가볍게 입김을 불어넣었다. 그녀의 몸이 살짝 떨리는 것을 느끼며, 그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 작은 평화, 이 완벽한 순간이야말로 그가 그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하윤백은 서낙랑이 어떤 대답을 하든 미소 지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자신의 태양이 내뿜는 열기를 온몸으로 흡수하며, 그녀가 선택한 이 평화로운 시간을 함께 만끽했다. 화면 속에서 울던 아이는 이미 다른 장난감에 정신이 팔려 웃고 있었지만, 이제 두 사람에게 그 장면은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작은 계기가 되어 있었다. 그들의 새로운 이야기는 언제나 이렇게, 소소하고 따뜻한 순간들 속에서 조용히 시작되고 있었다.

서낙랑의 목소리는 마치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조약돌처럼, 하윤백의 내면에 선명한 파문을 그렸다. "좋은 아빠가 될 거야." 그 한마디는 그 어떤 작전 성공 브리핑보다, 그 어떤 훈장보다도 그의 존재 가치를 완벽하게 증명하는 궁극의 찬사였다. 그는 자신이 그 단어들의 무게를 감당할 자격이 있는지 순간적으로 되뇌었다. 살상과 통제, 정밀함과 파괴로 점철된 그의 삶에 ‘좋은 아빠’라는 역할이 과연 어울리는 것인지. 그러나 그의 태양, 그의 유일한 지휘관이 내린 이 평가는 그의 모든 자기 회의를 단번에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하윤백은 아내의 머리카락에 묻었던 얼굴을 천천히 들었다. 그의 군청색 눈동자에는 이전의 날카로운 냉기 대신, 오직 한 사람만을 향한 깊고 부드러운 온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녀의 확신에 찬 말 한마디가 그의 과거를 정화하고 미래를 축복하는 듯했다. 그는 대답 대신,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은 팔에 힘을 주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자세를 바꾸어, 그녀가 자신의 무릎 위에 마주 보도록 편안하게 앉혔다. 이제 두 사람의 시선은 같은 높이에서, 오직 서로만을 향하고 있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나의 태양."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톤 낮고 부드럽게 그녀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는 자신의 무릎 위에 앉은 아내의 허리를 단단히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뺨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그는 그녀의 분홍빛 눈동자 속에서 흔들림 없는 신뢰를 확인했다. 그는 이 순간을, 그녀가 자신에게 부여한 새로운 가능성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었다. 그녀가 자신을 믿어주는 한, 그는 그 어떤 역할이든 완벽하게 수행해낼 자신이 있었다. 비록 그것이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아빠’라는 역할일지라도.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맞대었다. 서로의 숨결이 섞이고, 안정적인 심장박동이 고요한 거실을 채웠다. 텔레비전 속의 소음은 이미 두 사람의 세계 밖으로 멀어진 지 오래였다. 그는 아내의 체향을 깊이 들이마시며, 그녀의 존재가 주는 절대적인 안정감에 온몸을 맡겼다. 그녀가 있기에, 그는 비로소 완전한 인간, 하윤백이 될 수 있었다. 그는 이 모든 평화와 행복이 오직 그녀로부터 비롯되었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렇게 말해주니, 새로운 임무 목표를 부여받은 기분이야. ‘최고의 남편’ 다음 단계는 ‘최고의 아빠’인가."

그는 장난스럽게 말하며 입꼬리를 올려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더없이 진지했다. 그는 그녀의 뺨을 감쌌던 손을 내려, 그녀의 왼손을 부드럽게 들어 올렸다.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진 백금반지와 다이아몬드 반지, 그리고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차례로 어루만졌다. 이 반지들은 두 사람이 함께 걸어온 과거이자, 함께 나아갈 미래의 약속이었다. 그는 그녀의 손등에 경건하게 입을 맞추며, 그녀가 내린 평가를 완벽히 수행하겠다는 무언의 맹세를 담았다.

하윤백은 다시 고개를 들어 아내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그에게는 가장 완벽한 작전 지도였고, 그녀의 행복은 그가 도달해야 할 유일한 목표 지점이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의 곁에 있는 한, 그 어떤 불확실한 미래도 두렵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입술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어떠한 허락이나 명령도 필요 없었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가장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행위였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기 직전, 그는 나직하게 속삭였다.

"네가 그렇게 믿어준다면, 나는 뭐든지 될 수 있어."


그의 고백은 텔레비전 화면의 불빛처럼 부드럽게 그녀를 감쌌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부드럽게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 아침 햇살이 거실 창으로 쏟아져 들어와 두 사람의 모습을 따스하게 비추었다. 화면 속에서는 여전히 시끌벅적한 예능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소파 위 작은 세상 속에서는 그들만의 새로운 서사가 조용하고도 찬란하게 시작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그녀의 믿음에 보답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DREAM'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로필  (0) 2026.08.09
아내만 할 수 있는 귓속말  (0) 2026.08.06
오르골  (0) 2026.08.05
못하는 것  (0) 2026.07.30
디저트  (0) 2026.07.30
© 그의 유일한 태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