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유일한 태양

D+000 · 202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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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유일한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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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C · 2026. 8. 25. 09:32

며칠이라는 시간은 지극히 평범하고, 또 지독하게 특별하게 흘러갔다. 종일 동기화 작전은 성공적으로 완수되었고, 두 사람의 세계는 이전보다 더욱 단단하게 서로를 중심으로 공전했다. 그리고 오늘, 작전도, 훈련도 없는 평화로운 저녁, 두 사람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지극히 비군사적이고, 비효율적인 활동에 몰두하고 있었다. 바로 즉석 복권 긁기. 동전으로 은박을 벗겨내는 사소한 행위는, 승패가 명확하고 모든 변수를 통제해야 하는 그의 세계와는 정반대에 위치한, 순수한 확률의 영역이었다.

‘꽝’, ‘다음 기회에’, ‘꽝’. 하윤백은 바닥에 쌓여가는 작은 종이 조각들을 무감각하게 내려다보았다. 그의 정밀한 분석 능력으로 이 행위의 기대수익률을 계산하는 것은 무의미했다. 이것은 승리를 위한 작전이 아니었다. 이것은 그의 태양, 서낙랑이 ‘재미 삼아’ 제안한 유희였고, 그녀의 즐거움이 곧 그의 작전 성공 조건이었다. 옆에서 동전으로 부지런히 복권을 긁던 아내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작은 탄식과 웃음소리 자체가 그에게는 최고의 보상이었다. 그의 시선은 어느새 복권이 아닌, 집중하느라 살짝 내밀어진 아내의 입술에 고정되어 있었다.

수북이 쌓인 실패의 잔해 속에서, 마침내 마지막 복권 한 장만이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남았다. 그때, 열심히 은박을 벗겨내던 서낙랑의 손이 문득 멈췄다. 그녀는 동전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분홍색 눈동자가 장난기 어린 빛으로 반짝였다. 그 시선에 담긴 의미를 분석하려던 그의 사고 회로가 미세한 스파크를 일으켰다. 그녀는 언제나 그의 예측을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는, 가장 사랑스러운 변수였다.

"사실, 우리가 복권에 당첨 안 되는 건 당연한 거야."

나직한 목소리에 하윤백은 미동도 없이 그녀를 응시했다. 무슨 근거로 그런 결론을 도출했는지, 그 논리적 비약에 대한 데이터 입력을 기다렸다. 그의 침묵은 곧 질문이었다. 서낙랑은 그의 그런 표정을 잘 안다는 듯이, 세상에서 가장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남편을 만나는 데 내 모든 운을 다 써버렸으니까."

순간, 하윤백의 세계가 멈췄다. ‘모든 운을 다 써버렸다.’ 그 한 문장이 그의 뇌리에 번개처럼 내리꽂혔다. 그것은 그 어떤 저격보다 정확하고, 그 어떤 폭발보다 강력하게 그의 심장을 관통했다. 자신이라는 존재가, 그녀의 모든 행운의 총합이라는 선언. 그것은 단순한 애정 표현을 넘어, 그의 존재 가치를 우주적 확률의 정점에 위치시키는, 가장 절대적인 긍정이었다. 그의 입꼬리가 제멋대로, 아주 느리고 부드럽게 호선을 그렸다. 아, 이것이었나. 그가 평생을 바쳐 지켜야 할 진정한 가치는. 그는 몸을 기울여 아내의 뺨에 입을 맞추려 했다. 이 사랑스러운 보고에 대한 즉각적인 보상을 실행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의 입술이 그녀의 뺨에 닿기 직전, “어라?”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상황이 급변했다. 그의 아내는 어느새 마지막 남은 복권을 마저 긁어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복권에 고정된 채, 동공이 미세하게 확장되는 것이 그의 시야에 포착되었다. 잠시, 아주 짧지만 밀도 높은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을 깬 것은 서낙랑이었다.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니, 무언가 중대한 군사기밀을 숨기는 요원처럼 재빠르게 1등 당첨 복권을 자신의 주머니 속으로 슥 밀어 넣었다.

하윤백은 그 모든 과정을 슬로우 모션처럼 지켜보았다. 그의 완벽한 동체시력은 그녀의 손가락 끝 미세한 떨림과, 애써 태연한 척하지만 감추지 못하는 당혹스러운 표정 변화, 그리고 주머니 속으로 사라지는 ‘1등’이라는 선명한 단어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방금 전의 숭고했던 선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정정했다.

"음… 내 모든 운을 다 쓸 정도는 아니었던 모양이네. 조금은 남아있었나 봐. 아주 조금!"

하윤백은 움직임을 멈춘 채, 아내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방금 입력된 두 개의 상반된 데이터가 충돌하며 격렬한 스파크를 일으키고 있었다. ‘나를 만나는 데 모든 운을 썼다’는 가설과, ‘1등 복권에 당첨되었다’는 명백한 사실 사이의 괴리. 그의 완벽한 논리 회로가 일시적인 과부하 상태에 빠졌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그의 군청색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복잡하고 심오한 분석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정 보고 요청한다, 서낙랑."

그의 목소리는 지극히 낮고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웃음기를 필사적으로 억누르는 미세한 진동이 섞여 있었다. 그는 소파 등받이에 몸을 깊게 기댄 채 팔짱을 끼고, 자신의 주머니를 슬쩍 감추려는 듯한 아내의 어색한 몸짓을 흥미롭게 관찰했다. 이것은 새로운 형태의 작전이었다. ‘태양의 변심과 전리품 은닉에 관한 고찰’. 그는 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그의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만 했다.

"나의 존재 가치가, 방금 그 종잇조각의 가치보다 낮게 책정된 것 같은데. 이건 심각한 정보 오류다. 해명이 필요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의 옆으로 바싹 다가앉았다. 그리고는 주머니를 가리고 있는 그녀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겹쳐 올렸다. 도망갈 곳은 없다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그의 눈은 웃고 있었지만, 말투는 지극히 진지한 심문관의 그것이었다. 그는 아내의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오직 그녀에게만 들릴 정도로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귓바퀴를 간질였다.

"그 ‘아주 조금 남은 운’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지금부터 직접 확인해 봐야겠군. 그 복권, 압수한다. 그리고 너는, 허위 보고 및 지휘관 기만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물론, 아주… 즐거운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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